안녕 쑥쑥아. 너에게 두번째 편지를 쓰게됐어. 처음 편지를 쓸 땐 아픈 아빠가 부탁해 대신 썼는데, 지금은 자발적으로 몰래 쓰고 있어. 다 쓴 다음 ‘짜잔!’ 하고 보여주면 아빠는 참 행복해하겠지? 엄마는 복직이 일주일 남았어. 그래서 싱숭생숭한 마음을 글로 적어보려 해.

쑥쑥이한텐 미안하지만 육아는 정말 힘들어. 엄마는 할머니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도 매일 힘들다고 생각했어. 쌍둥이가 아닌 게 천만다행이었지. 그러면서도 복직이 두렵기도 해. 새로운 변화는 항상 긴장감을 주니까.

사실 엄마는 아빠가 더 걱정이야. 엄마는 할머니 도움을 많이 받았잖아. 아빠도 물론 도와주시겠지만 엄마만큼 받긴 힘들거야.(엄만 할머니한테 허구한날 앓는 소리를 해대고 있어. 엊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엄마는 주변에 아이를 낳은 친구들이 많아 공동육아 명분으로 자주 만났는데, 아빠는 만날 친구가 거의 없어. 아직 육아에 전념하는 아빠들은 보기 힘들거든. 아빠가 우울해지지 않게 엄마가 잘 챙겨줘야겠어.

아빠는 두세 달 전만 해도 얼른 육아휴직에 들어가고 싶다고, 너무 기대된다고 했는데 지금은 두려움에 벌벌 떠는 것 같아. 엄마가 주말에 세네 시간씩 아빠 혼자 쑥쑥이를 돌보게 해봤는데 너무 힘들었나봐. 회사 팀장과 달리 아기 팀장은 타협이란 걸 모르거든.

아빠는 요즘 이렇게 우기고 있어. 쑥쑥이가 기고 앉기 시작하니까 육아가 더 힘들어졌다. 자기가 더 힘든 시기에 쑥쑥이를 맡게 됐다. 쑥쑥이가 누워있을 때는 꿀이었겠다.

아빠는 뭘 몰라. 쑥쑥이가 누워있을 땐 혼자 물건을 못 집으니까 팔이 떨어져라 계속 들고 보여줘야 했고, 누우면 우는 ‘등 센서’도 아주 민감해서 한 시간 동안 안은 채로 재운 적이 허다했다는 걸.

최근 아빠가 혼자서 쑥쑥이를 돌본 날, 엄마는 친구들과 놀다가 저녁 일곱 시 반에 들어왔어. 집에 오니까 쑥쑥이가 졸려해 목욕만 시키고 재웠지. 이렇게 밖에 나갔다 저녁에 들어오니 너무 편하더라고. 물론 회사에선 노는 게 아니라 일하고 오는 거라 조금 다르겠지만, 그래도 참 편할 것 같은 느낌이... 갑자기 복직의 두려움이 사라지고, 오히려 살짝 기대가...?

사랑해 엄마딸. 이름처럼 쑥쑥 커주는 우리 쑥쑥이 항상 건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