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아빠는 엄마랑 쑥쑥이랑 같이 북촌에 갔어. 아빠 육아휴직 전 사무실 짐도 챙길 겸 쑥쑥이랑 소풍도 나갈 겸 함께 나갔지.

일요일, 서울은 정말 더웠어. 북촌엔 햇빛을 피할 나무가 적어서 더 덥더라. 쑥쑥이가 유모차를 싫어해 한 손으론 쑥쑥이를 안고, 나머지 한 손으론 우산을 양산처럼 들었어. 엄마랑 양산 색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아빠는 보통 양산이 밝은 색인지, 어두운 색인지 모르겠어.

아빠 계획은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먹은 뒤, 엄마와 쑥쑥이가 카페에서 기다릴 동안 사무실에 가서 짐을 챙겨 오는 것이었어.

그런데 계획은 항상 어그러지는 것 같아. 아빠는 엄마와 쑥쑥이를 베트남 쌀국수집에 데려갔어. 예전에 맛있게 먹었기도 했고, 공간이 꽤 넓어 유모차를 들고 가기에도 좋을 것 같았어. 그런데 쑥쑥이가 어느새 많이 컸는지 유모차에 가만히 있질 않더라. 엄마는 쑥쑥이를 데리고 음식점에 갈 땐 아기의자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대. 결국 아빠와 엄마는 쑥쑥이를 무릎에 교대로 앉히면서 쌀국수를 마시듯이 해치웠어. 여기 꽤 맛있는 집인데 엄마는 음식 맛이 하나도 기억에 안 난대😅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였어. 쌀국수를 거의 다 먹어갈 때쯤 쑥쑥이가 얼굴에 힘을 주기 시작했어. 똥💩을 싸고 있는 거였지. 아빠 사무실 건물 수유실이 꽤 좋았지만,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어 거기까지 가긴 힘들었지. 아빤 핸드폰으로 북촌 수유실, 종로3가 수유실 등 여러 단어를 넣어 수유실을 찾았어. 직접 돌아다니며 수유실을 확인하기엔 날씨가 너무 더웠어.

다행히 멀지 않은 박물관에 수유실이 있었어. 후다닥 음식 값을 계산하고 쑥쑥이를 데리고 나왔어. 박물관 수유실은 지하 1층에 있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았나봐. 보통 수유실엔 엉덩이 닦는 세면대가 있는데, 여기 수유실엔 세면대 대신 싱크대가 있었거든. 싱크대 옆엔 박물관 직원들 것으로 보이는 머그컵이 놓여 있었어. 여기 수유실은 직원 휴게실로 사용되고 있었던 거야.

그래도 아빠 입장에선 이런 수유실도 감지덕지였어. 일반 화장실에서 기저귀를 가는 것보다는 그래도 수유실 간판이 달려 있는 곳이 훨씬 나으니까. 그런데 한편으론 안타까운 마음도 들더라. 언젠가 쑥쑥이와 전라북도 임실에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꽤 큰 테마파크 수유실에 기저귀갈이대도, 세면대도 없었어. 찬물이 나오는 화장실과 왜 있는지 모를 아기침대만 있었지. 

왜 북촌 박물관 수유실은 직원 휴게실로 쓰이고, 임실 테마파크 수유실엔 필요 없는 물건만 놓여 있었을까? 아빤 요즘 아기를 보기 힘들어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했어. 찾아오는 아기들이 많다면 박물관 수유실은 직원 휴게실로 쓰일 수 없었겠지. 임실 테마파크 수유실에도 다양한 의견이 전달됐을 거고.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 수유실이 최고의 환경을 갖춘 이유는 아기들이 많이 찾아오기 때문이 아닐까?

내일부터 엄마는 출근하고, 이젠 아빠가 쑥쑥이를 혼자 돌봐야 해. 아빠는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도 좋지만, 한강이나 성수동 골목 같은 공간을 더 좋아해. 쑥쑥이랑도 함께 가보고 싶은데, 그전에 수유실이 있는지부터 검색해 봐야겠다. 이 글을 쓰면서 수유실 지도 앱을 만들면 성공하겠다 싶었는데 이미 있네? 받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