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아 안녕. 마지막 편지 날짜를 보니 9월 19일이네. 거의 3주 만에 편지를 쓴다.

3주 새 쑥쑥이는 정말 많이 컸어. 특히 행동하는 모습이 아주 많이 자랐지. 직접 손으로 주변을 짚으며 천천히 걸어가기도 하고, 아빠 품에 안겨있을 땐 손가락으로 휙 가리켜 가고 싶은 곳을 알려준단다. 이런 쑥쑥이 모습을 보며 가족들이 정말 많이 웃어.

쑥쑥이는 싫은 의사도 표현할 줄 알게 됐어. 예전엔 어딘가 아주 불편할 때만 울음으로 표현하곤 했는데, 이제는 온몸으로 쑥쑥이의 생각을 알려줘. 특히 요즘은 밥을 먹을 때 의자에 앉아있는 게 싫은가봐. 고개를 휙휙 돌려 숟가락을 피하기도 하고, 예전보다 훨씬 세진 힘으로 의자를 탈출하기도 해.

그런데 아빠는 쑥쑥이가 자란 만큼 성장하지 못했나 봐. 오늘 아침에도 쑥쑥이가 식탁에서 짜증을 내는데 아빠 마음속에서 짜증이 살짝 피어올라 버렸어🙄 이럴 때 보면 확실히 엄마가 아빠보다 성숙한 것 같아. 아빠는 삐져서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는데, 엄마는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쑥쑥이에게 밥을 끝까지 다 먹였어. 그리고는 쑥쑥이한테 아빠가 삐졌다고 알려줬지.

아빠는 더 어른스러워져야, 아니 더 아빠다워져야 할 것 같아. 앞으로 쑥쑥이는 말도 하고, 뛰어다니기도 할텐데, 아빠와 생각이 다른 경우도 더 많이 생기겠지? 아직 많이 어린 쑥쑥이를 아빠가 더 넓은 마음으로 품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네. 요가나 명상 같은 걸 배워야 할까? 아무튼 아빠는 마음을 키울게, 쑥쑥이는 말은 안 들어도 좋으니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쑥쑥 자라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