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아 안녕. 아빠는 얼마전 정말 오랜만의 외출을 했어. 예전에 달리기를 함께했던 친구들을 만나러 저 멀리 해방촌이란 동네에 다녀왔지.

아빠는 해방촌이란 동네를 되게 좋아했었어. 서울에는 멋진 동네와 골목이 많지만, 이상하게 해방촌에 놀러갈 때가 제일 신나더라고. 어떤 친구는 “이태원은 외국인이 놀러가는 동네라면, 해방촌은 그냥 사는 동네야”라고 말해줬었는데, 그런 점도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

아빠가 엄마를 처음 만나 데이트했던 동네도 해방촌이었어. 같이 저녁을 먹고 연예인이 운영하는 책방도 찾아가고 그랬지. 그해 여름은 정말 더웠는데, 신기하게 그날부터 더위가 풀렸단다. 아빤 그 시간이 참 좋았어. 아빠는 지금도 엄마한테 이 얘기를 해.

언젠가 너에게 엄마와 만난 이야기를 해줄 날이 오겠지? 궁금하긴 할까? 그나저나 아빠가 엄마를 소개받은 것도 이 달리기 모임에서였는데, 지금 아빠 모습을 보면 너가 아빠 이야기를 믿을지 모르겠다. 겨울이 끝나가는데 슬슬 운동을 시작해 볼게. 아, 미세먼지 좀 걷히면.

책방에서 이런저런 책을 둘러보다가 『카키』라는 그림책을 샀다. 그림이 시원시원하면서 예쁘고, 글자도 페이지당 1~2문장으로 적어 쑥쑥이와 함께 읽기 좋아보였다.

다음날 오전, 쑥쑥이에게 읽어주기 위해 책을 꺼냈다. 한 문장 한 문장 소리내어 읽어주는데, 읽다 보니 이건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었다. 잠시 쑥쑥이는 아내에게 맡겨 두고, 나머지 부분까지 다 읽었다.

시골집에서 여름방학을 보내는 주인공은 ‘카키’라는 이름의 강아지를 만난다. 많은 내용을 소개할 순 없지만, 간단한 내용이 마음에 울림을 줬다. 어릴 때 시골집과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대한 기억, 내가 무력하게 살고 있을 때의 기억, 지금 같이 사는 야옹이에 대한 생각이 새록새록 났다.

글씨는 적었지만 내용은 마음에 와닿았던 그런 책이었다. 그나저나 해방촌 책방에서 이 책과 함께 다른 책도 몇권 샀는데, 그건 쑥쑥이와 함께 읽을 수 있겠지. 

이번주 아빠의 편지, 님은 어떻게 읽으셨나요?

좋은 그림책, 좋은 생각을 갖고 찾아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