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요즘 엄마한테 조르는 게 있어. 시골이나 지방 도시에 별장을 지어 평일 5일은 서울에서 일하고, 주말은 별장에서 한가하게 보내자는 거야. ‘5도 2촌’이라고도 한다는데, 안타깝게도 엄마는 단칼에 거절했어. 엄마는 서울이 좋대.

아빠는 요즘 쑥쑥이와도 5도 2촌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어. 출근하는 평일 5일은 데면데면하거나 오열하면서 보내고, 출근하지 않는 주말엔 천사 모드라고 해야 할까? 평일에 퇴근하고 쑥쑥이를 보면 잠깐은 반겨주는 것 같다가도 밤에 재우려고 안으면 오열하면서 울 때가 많아. 신기하게 그럴 때마다 엄마가 안아주면 거짓말처럼 울음을 그치더라.

그래도 회사에 안 나가는 주말엔 확실히 하루 종일 얼굴을 봐서 그런가, 안겨 있을 때도 안 울고, 옹알이나 웃음 등 이런저런 반응도 더 잘 해줘. 이런 걸 보면 확실히 함께 있는 시간이 중요한 것 같아. 그리고 밥 먹이고, 놀고, 재우고. 하루 종일 이걸 반복한다고 생각하면 엄마의 일도 엄청 힘들 것 같아. 아빠는 회사에 나가면서 집에 있는 엄마를 부러워했거든.

근데 엄마는 슬슬 복직을 걱정하기 시작했어. 아직 5개월이나 남았는데. 엄마는 쑥쑥이랑 있는 게 많이 좋나봐.

아기는 엄마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걸까. 쑥쑥이를 보며 종종 들었던 생각이다. 쑥쑥이가 영아 산통을 겪을 때, 한밤중에 배가 아파 목이 찢어져라 우는 쑥쑥이에게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달래보려고 노래를 부르고, 이리저리 안아도 쑥쑥이는 울었다. 오열하던 쑥쑥이는 엄마가 안아줘야 그나마 조금 괜찮아졌다.

왜 엄마가 안으면 괜찮아지는 걸까. 나는 두 가지 이유를 생각했다. 하나는 냄새, 아무래도 하루 종일 함께 있는 엄마의 냄새가 익숙하다 보니, 엄마 품에 안겨 있는 걸 좋아할 것 같았다. 두 번째는 자세. 엄마는 쑥쑥이가 하늘을 보게 안는 요람자세를 능숙하게 잘했다. 내가 그렇게 쑥쑥이를 안으면 쑥쑥이는 오열하며 울었다. 엄마 품이 포근해서이거나, 내가 제대로 못해서 우는 건가 싶었다.

시간이 지나며 자세 문제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쑥쑥이를 트림시키는 자세로 안았을 때, 평소에는 잘 있다가, 밤에 오열할 때는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세 문제는 확실히 아니었다. 엄마와 자세는 비슷하거나, 어쩌면 내가 더 잘 안았을 수 있는데 쑥쑥이는 엄마 품에서 더 편하게 있었으니까.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중요한 건 시간이었다. 쑥쑥이는 본지 3시간 조금 지난 사람과 하루 종일 함께한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다. 이 시간 개념은 매일매일 초기화돼서 주말에 오래 봤다고 해서 평일에 그게 남아있지 않는다. 신기하게 엄마는 카페에서 자기 볼일을 보고, 꽤 오랫동안 아빠와 둘이서만 지내니, 나중에 엄마가 집에 왔는데 쑥쑥이는 엄마에게 데면데면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