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되나 싶다가 비가 그쳤어. 쑥쑥이는 엄마랑 하루 잘 보냈어? 엄마와 아빠는 쑥쑥이랑 있으면 항상 밖으로 나돌라고 하는데, 나중에 장마가 시작되면 꽤나 갑갑할 것 같아.

아빠는 쑥쑥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완전한 집돌이었어. 집에서는 에너지가 차고, 밖에서는 그 에너지를 쓰는 타입이랄까. 비오는 날에는 특히 더 그랬지. 비오는 날 약속이 취소됐을 때 아쉬운 적은 없었던 것 같아.

아빠는 비가 내리면 괜히 음악을 틀고 싶어지더라. 어느날 빗소리를 듣고 있는데, 이 소리가 참 아름답게 느껴지는 거야. 그 쏴 하고 비가 내리며 물방울이 투둑투둑 떨어지는 소리 있잖아. 이땐 집 밖에 있었는데 ‘집에서 음악이나 들으며 누워있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아빠가 대학생 때 했던 생각인데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다.

아빠는 비오는 날이면 클래지콰이의 novabossa란 노래를 틀었어. ‘가만히 비가 내려와’란 가사로 시작하는 노랜데 멜로디가 참 좋았던 것 같아. 아빠는 이 노래를 포함해 클래지콰이란 그룹의 1집 앨범에 실린 노래를 다 좋아했어. 누군가 아빠에게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뭐냐고 물으면 아빠는 이거라고 답할 거야.

엄마한테 이 얘기를 하며 나중에 쑥쑥이랑 같이 듣고 싶다고 말했어. 엄마는 쑥쑥이가 같이 들어줄까? 하더라. 가끔 운전할 때 아빠가 노래를 틀면 엄마는 하나같이 졸린 노래만 튼다고 불평하거든. 쑥쑥이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네.

생각해보면 아빠는 부산 할아버지, 할머니가 무슨 노래를 좋아했는지 모르고 관심도 없었던 것 같아. 대체로 자식은 부모에게 관심이 없으려나? 왠지 쑥쑥이도 큰 관심이 없을 것 같다. 아빠는 이 기회에 한번 물어봐야겠어. 들을 지는 모르겠지만😅

참고로 엄마는 노래를 정말 잘 불러. 아빠는 엄마 노래부르는 거 듣고 엄청나게 놀랐단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거의 가수 수준이야. 엄마 노래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