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아 안녕. 오늘은 편지가 하루 늦었어. 아빠의 자꾸 늦는 버릇 어떡하면 좋을까😂

지난 주말 오후, 아빠는 쑥쑥이를 데리고 외출을 했어. 육아에 지친 엄마를 쉬게 해 줄 생각이었지.

쑥쑥이랑 둘이 나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아기를 데리고 아빠가 갈 만한 공간은 정말 한정돼 있는 것 같아. 아빠 혼자였으면 PC방이라는 아주 좋은 장소가 있지만, 쑥쑥이를 데리고 갈 순 없으니까. 담배 냄새가 은은하게 나는 PC방에서 쑥쑥이를 안고 게임을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쑥쑥이가 조금만 더 크면 같이 공원이나 아쿠아리움, 서점에 가는 등 선택지가 훨씬 많아질 것 같은데 지금은 갈 곳이 카페, 아니면 백화점 정도밖에 없더라. 날씨도 정말 덥고, 쑥쑥이랑도 좀더 움직이면 좋을 것 같아서 이번엔 백화점에 가 보기로 했어.

아빠는 살 물건도 없이 백화점에 가는 건 처음이었어. 백화점은 물건을 파는 곳이니까. 쑥쑥이는 매주 엄마랑 문화센터 수업을 듣기 때문에 꽤 익숙했을 거야.

백화점에 도착했어. 아빠가 한 손으론 유아차를 잡고, 한 손으로 문을 밀려고 하니까 직원이 와서 열어주더라. 고맙습니다 하고 들어갔어. 들어가자마자 생각했어. 아이와 같이 산다면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백화점이 있는 건 정말 큰 장점이구나. 시원했고, 유아차를 끌며 돌아다니기 편했고, 카페와 식당엔 어린이 의자가 있었거든. 신혼집을 구하는 사람에게 ‘백세권’을 추천하고 싶을 정도였어.

가장 좋았던 건 수유실이었어. 깔끔했고, 아빠도 부담 없이 들어가 쑥쑥이 기저귀를 갈 수 있었거든. 이것도 쑥쑥이가 태어나고 보이기 시작한 건데, 아빠는 예전에 수유실은 엄마가 젖을 주는 공간으로만 생각하고 있었거든? 그래서 아빠가 들어갈 일은 웬만하면 없을 줄 알았고. 그런데 아기와 함께 어딘가에 가려면 수유실이 있는지부터 찾아봐야 하더라.

아빠는 백화점에서 잘 쉬다 집에 들어갔어. 장난감도 구경하고, 커피도 마시고, 쑥쑥이도 놀아줬지. 밖에서 세시간 반? 정도 있었을 거야. 그런데 아빠가 집에 돌아와서는 엄마가 또 세 시간 정도 쑥쑥이를 돌봤어. 엄마를 쉬게 해주려고 밖에 나갔는데 결국 쌤쌤이 되버렸네😅 그래도 쑥쑥이랑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아빠는 좋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