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는 너가 태어난 2022년의 마지막 날이었어. 평소와 다름없이 잠투정에 우는 널 달래고 있는데, 문득 시계를 보니 2022년이 1분도 남지 않았더구나. 급하게 TV를 켜 타종 행사를 보려고 했는데 이미 종이 울린 뒤더라.

크리스마스도, 한 해 마지막 날도 나름 많은 의미부여를 하며 보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엄마 아빠 일상의 중심에 너가 자리 잡았나 봐. 그래서인지 새해가 되면 운동, 공부 등 지키지 못할 목표들을 세우곤 했는데, 올해는 그저 너와 함께할 2023년을 설레여했던 것 같아. 올해가 끝날 즈음엔 지금보다 훨씬 자라 있겠지?

쑥쑥 자라는 네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빠는 신기하면서도 쓸쓸한 마음이 동시에 들어. 아빠의 엄마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아기 때가 그립다’고 말하곤 했는데, 이게 그런 마음인가 봐.

어느날 신촌역 근처에서 점심을 먹을 일이 있었다. 식당을 찾다가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앞 빨간 거울을 지나는 데 신기한 풍경을 목격했다. 검은색, 회색, 흰색, 검은색과 흰색, 네이비 색... 사람들이 입은 옷 색깔이 대부분 무채색이었다. 반면, 신촌에 놀러온 어린이 친구들은 분홍색, 노란색, 초록색 등 여러가지 색깔의 옷을 뽐내듯이 입고 있었다.

아이들이 귀여운 것은 아이이기 때문에 귀여운 것도 있겠지만, 이들이 입는 색색깔의 옷 때문인 것도 있으리라. 생각해보면 나도 어릴 땐 땡땡이니 멜빵이니 귀여운 옷들을 입었던 것 같다. 이랬던 아이들이 왜 어른이 되면 무채색의 옷만 입게 되는 걸까.

답은 모른다. 중·고등학교 6년 동안 교복을 입다 보니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어른들이 무채색을 많이 입으니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 또한 무채색의 옷을 따라 입는 걸 수도 있다. 나 또한 아이들이 색색깔의 옷을 입는 건 당연하게 여기면서, 그런 옷을 입은 어른은 ‘튀는 사람’으로 느꼈다.

‘나의 원피스📕’ 속 주인공은 좋아하는 게 많다. 꽃밭을 산책하는 것도 좋아하고, 풀씨 냄새 맡는 것도 좋아한다. 주인공이 입은 원피스는 좋아하는 걸 할 때마다 꽃무늬가 더해지고, 물방울 무늬가 더해지고, 무지개 무늬가 더해진다. 원피스엔 여러가지 무늬가 씌워지지만 모두 예쁘게 잘 어울린다.

쑥쑥이도 마찬가지다. 간혹 도전적인 무늬와 색의 옷을 입혀볼 때가 있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노란색 색동옷을 입혀도 예쁘고, 공룡 무늬 옷을 입어도 예쁘다. 엄마도 너무 튀는 색의 옷이라 걱정했는데, 입히고 나니 훨씬 예쁘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무채색 옷보다는 색색깔의 옷을 꺼내 입히고 있다.

언젠가 쑥쑥이에게 ‘단정하게 좀 입어라’, ‘머리 모양이 그게 뭐냐?’라고 말할 날이 올까? 쑥쑥이는 자기가 입고 싶은 옷, 자기가 하고 싶은 머리를 할텐데. 튀어 보인다는 이유로 내가 그걸 말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어떻게 하고 다니든, 무엇을 좋아하든 쑥쑥이를 응원해야 하는데. 지금 이 생각을 어디 녹음이라도 해놔야겠다.

이번주 아빠의 편지, 님은 어떻게 읽으셨나요?

새해를 맞아 아빠는 뉴스레터 형식을 조금 바꿔봤어요.

앞으로는 좋은 그림책, 좋은 생각을 갖고 찾아갈게요.

쑥쑥이는 무슨 책이든 그저 읽어주면 좋아하는 것 같아요😅